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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KBS 드라마 솔 약국집 아들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근래 드라마들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소모적인 감정 싸움만을 하며 모두가 다 악인으로 비추어 지는 판에, 악역하나 없는 홈 드라마는 참 오랫만이기에 연출상의 허술함을 뒤로하고도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4형제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다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홈 드라마 '달빛가족' 이 생각 났습니다. 이 두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 들은 나름 공통점이 있는데요, 보수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큰 형과, 약간 날라리 기질을 가지고 있는 둘째, 공부보다 다른 곳에 관심이 많은 막내가 나온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사실 20년이나 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여러가지 장면들이 지금도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제 마음 속에 꽤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비슷한 형제들의 위상이 지난 20년동안 많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서인석씨가 맡았던 '달빛가족'의 큰 형의 역할은 형제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형제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책임감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진중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형제들이 말썽을 피울 때 그것을 타박하면서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형제들의 중심추를 잡아주는 사람,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형수님이라는 현모양처의 존재는 형제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집안의 기둥과도 같은 역할이었죠.(뭐 막내가 부르는 "나는 형수님을 꽃이라 부르고 싶어요~" 이런 노래도 있었죠)

   반면 솔 약국집 아들들에서 나오는 손현주씨의 역할을 형제들 사이에서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입니다. 답답할 정도로 자기 표현을 못하고, 책임감과 성실한 모습이 오히려 바보처럼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달빛가족의 형님과는 다르게 집안에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까지도 살아계시고, 달빛가족의 형수님의 역할은 실제로 그의 어머니인 윤미라씨가 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비슷한 성격가 위치가 지니는 위상과 가치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1회에서 윤미라씨가 아들의 선자리를 속일 때, "장남이 아닌 차남"을 강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을 볼 때 현대사회의 선 풍속에서 장남이 얼마나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뭐 장남의 메리트가 많이 사라지고, 책임만 늘었기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보수적이며 감정표현을 많이 안하는 책임감 있는 성격의 장남이미지가 믿음직한 남성의 모습으로 보여지던 20년전과는 달리 답답하고 못 미더운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요즘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조금 가벼워 보이더라도 유머러스한 둘째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세월이 바꾸어 놓은 인식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요즘 세상은 진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속 깊은 성찰보다, 솔직하고 명랑한 것을 선호하는 사회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개인화된 감성은 무언가를 책임지기보다는 구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장남이기에 가져야할 무거운 책임과,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성격이기에 나타나는 보수적인 모습과 성실함은 바보같고 따라가기 힘든 모습으로 비추어 지는게 요즘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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