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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6번의 예배를 드리고, 새 신자 등록 부스에는 장사진을 이룬다. 1회 예배에 3~40명정도만 온다고 해도 매주 200명 정도의 새 신자가 등록하게 되는데, 이런 교회라면 매주 부흥의 역사를 쓰고 있는 교회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의교회의 경우 5주간의 새 신자 교육을 이수한 사람(한 주도 빠지지 않고 모두 1시간이 넘는 성경공부에 참여해야 한다)만이 등록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8월 현재 등록교인의 순번이 4400을 넘었다.  이런 대형교회가 과연 한 둘일까? 이런 방식으로 신자가 늘어나는 것은 적어도 국내 10위 안에 드는 대형 교회라면 경험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양적증가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대형교회들의 성장세는 등록률에 비해 다소 주춤한 편이며, 시선을 한국교회 전반으로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성도의 감소세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를 쇼핑하는 처치호퍼들

   조 아라키의 바텐더라는 만화책은 보면 일본 긴자거리의 '바 호퍼'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긴자의 유명 바에서 맛있는 칵테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다.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교회에도 존재한다. 화려한 음악과, 멋진 서비스를 찾아 교회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맞는 예배를 찾는 사람들은, 때로는 웅장한 전통예배를 드리고 싶어 경동교회를 찾기도 하고, 열정적인 기도를 하고 싶어 순복음교회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던한 예배를 선호해서 온누리교회에 가기도 한다. 그들은 마치 처치호퍼 처럼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며 작은 교회에서는 절대로 경험 할 수 없는 특별함들을 만끽하고, 경험하고는 한다. 물론 새롭게 등록하는 교인들이 모두 처치호퍼는 아니겠지만, 상당수의 교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교회를 찾기 위해 매주 교회를 드나든다는 것은 대형교회에서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SaltaMonte
교회를 유랑하는 사람들은 마치 메뚜기 같다
  
SaltaMonte by HVar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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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이런 처치호퍼가 아니더라도 시작에서 언급했던 것 처럼, 작은 교회의 했던 프로그램의 원조를 찾아서 오는 사람도 있고, 보다 나은 설교나 영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대형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기대를 대형교회가 모두 다 제공해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교인들의 수평이동의 문제를 낳게 된다. 즉, 이미 복음에 대해서 알만큼 알고, 성경에 대해서 들을 만큼 듣고, 훈련에 대해서 받을 만큼 받은 사람들이 대형교회에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새 신자 교육이라고 이름을 붙여 놓고, 모이는 사람들의 수준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심하면 인도자에게 난해한 질문을 던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새 신자도 있게 된다. 워낙에 새로 유입되는 성도들의 수준이 있다보니, 새신자 교육을 담당하는 인도자도 이들의 니드에 맞추어 교육을 준비하게 된다.


비닐하우스같은 양식장이 되어가는 교회

   교재는 초신자 용이어도 얼마든지 신앙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진짜 교회를 처음 나온 초신자는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의 질문은 왠지 부끄럽고 초보의 질문 같기에 왠만큼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고서는 술렁술렁 넘어가며 물 흐르듯 지내거나, 적응을 못하고 떠나거나 둘 중의 하나인 것이다.   마치 밭을 직접갈아 씨앗을 뿌려서 거두는 시스템이 아닌, 모종을 옮겨 심어서 크게 키우는 비닐하우스 처럼, 단기간에 어느정도 자란 모종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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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필드가 아닌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리더가 과연 필드에서 살아 남을까? 

   만약 교회의 성경공부 인도자들(순장, 셀장, 구역장, 리더)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대형교회의 비닐하우스가 사라진다면 그들은 정말 자신의 삶에서 어떤 열매를 거두며 전도와 양육의 사명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씨 뿌리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한 사람의 마음의 밭을 가는 것, 사람의 마음을 얻기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있어도 어느정도 잘 알고,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들만 가르치던 사람이 과연 불신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10년간 CCC에 몸담았지만, 초신자 전도를 위한 단체인 CCC의 순장들도 위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전도를 하지 않아도 매년 동아리 방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은 학교에 따라다르지만 거의 100여명에 이르며 그들을 관리하고 가르치는데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소진하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다.) 

   어떤 목사님은 "더 이상 대형교회에서는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한다" 라고 하였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친 필드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인물은 결국 대형교회라는 그늘을 벗어나서는 시들해 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마치 비닐하우스를 거둬내면 잘 자라던 작물들이 금새 시들해 지고 버티지 못하는 것과 같다. 숫자는 늘어나지만, 전도의 생명력은 사라지는 것이 과연 진정한 부흥인지는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비닐하우스화 되는 대형교회의 문제점인 익명성에 잠식되는 사람들과 움직이지 않는 90%화 되어지는 낭비에 대해서 적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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