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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와 신학 20주년 특집호 기사에 10년 후 한국 교회를 이끌어갈 목회자와 교회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가 각각의 부분에서 2위를 2배 가까이 넘어서는 응답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손꼽히는 목회자와 교회의 면면을 보면 역시 대형교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교회를 중심으로 약간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펴고 있는 목회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흐뭇한 기사와는 다르게 그 아래 달려있는 덧글을 보면 평신도가 느끼는 온도는 그렇게 뜨겁지가 않은 것 같다. 신도를 넘어서 불신자 레벨에 가게 되면 이런 대형 교회가 한국 교회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 자체에 대해서 비관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대형교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10년 후 이런 대형 교회들이 한국 교회와 사회의 리더로서 부상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대형교회의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러나 이런 사회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교계의 소망은 여전히 교회의 성장과 대형교회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있다. “누가 만 명이 넘는 교세를 자랑하는 교회를 무시하겠느냐?” 라는 것이 거의 모든 성도와 목회자를 잡고 있는 신화인 것이다. 이러한 열망은 큰 교회 따라 하기, 성장을 위한 세미나 등으로 점철된다. 한때 한국 교회를 강타한 목적이 이끄는 40일 운동. 만약 그 운동을 교인이 100명 남짓한 한 시골 교회 목사가 시작했더라면 그렇게 열광적으로 그 운동이 퍼졌을까? 아마 그냥 그런 동네 캠페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들백 교회라는 목적이 이끄는 교회(Purpose Driven Church)의 신화를 가진 대형 교회가 주도했기 때문에 이 운동은 성공적이 될 수 있었고, 릭 워렌과 그의 교회에 커다란 부를 안겨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운동이 정말로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새들백 교회가 성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과연 이 운동을 정말 제대로 실천한 교회가 새들백과 같은 성장을 거두고 있는가?

Rick Warren
새들백 교회의 담임목사인 Rick Warren   by jurvetson 저작자 표시

   이런 사례는 비단 새들백 교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수 많은 대형교회들은 나름대로의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고, 이런 성공신화를 공개하여 더욱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신화를 쫓는 다른 작은 교회에서는 이런 성공신화의 발 끝을 따라가기도 힘들다. 물론 아주 작은 성공을 잠시나마 거둘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성공은 그 프로그램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교회의 그림자에서 잠깐이나마 휴식을 하려는 철새현상의 불과하다. 그 프로그램이 종료한 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 중 열심이 있던 사람들은 그 거대한 교회가 주었던 구름 그늘이 지나간 후에 남아있는 작은 교회의 앙상한 가지에 실망하고, 원래의 구름을 따라서 큰 교회로 가기를 소망한다. 작은 교회는 썰물 빠지듯이 빠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새로운 성공모델을 찾게 되는 것이 악순환의 반복인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하는 교회들은 그 원인을,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교회의 볼륨을 탓하며, 어떻게든 볼륨을 키우는 데에 주력하는 성장을 추구하게 된다. 덕분에 시험에 드는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고, 성도들이 가장 원하는 이야기를 골라서 해 주게 된다. 결국 교회에서 권징은 사라지게 되고, 기준이 없는 행동을 하는 성도들의 기준은 성경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기준이 되게 된다. 목회자는 그 생각에 동조를 하게 되고, 술에 물탄 듯한 메시지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은 교회의 세속화를 비탄하며 점차 교회 문을 나서, 좀 더 고결해 보이는 다른 곳(성당, 절)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차마 다른 종교로 옮기기 힘든 사람은, 그런 면에서 조금 더 건전해 보이고, 잠깐 경험했던 좋은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대형교회로 옮겨간다. 교회를 옮기지 않는 사람은, 부모가 데려가지 않으면 동네를 벗어나기 힘든 아이들이나, 그 동안 교회에 해 왔던 헌신(이라고 쓰고 헌금이라고 읽는다)이 아까운 안수집사/장로들 뿐이다.


대형교회와 개척교회
부익부 빈익빈의 대형교회와 개척교회 by Reg Teddy 저작자 표시비영리


    악순환의 고리의 끝은 바로 여기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대형교회는 더욱 성장을 한다. 하나만 먼저 선점해서 뜨면, 작은 교회에서 교인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작은 지역교회들은 소리 소문 없이 성도가 빠져나가니 더욱 안달이 나고, 대형교회는 가만히 있어도 성도들이 알아서 늘어주니 전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런 현상이 중소규모의 지역교회들을 점차 약화시키는 양극화 현상을 가져오게 되고, 교회는 차츰차츰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억지로 교인의 숫자가 소폭 상승하였다고 할지라도(사실 이 수치는 목사들도 못 믿는 수치이다) 한국교회가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길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런 대형교회의 문제와 소형교회의 딜레마를 분석하고, 교회가 나아가야 할 대안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물론 어떠한 대안도 결국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대해서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부족한 글을 통해서라도 한국 교회가 회개를 하고, 좀 더 건전한 하나님의 공동체,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는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에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

대형교회의 허상 1: 농부의 수고인가 땅의 탁월함인가?

대형교회의 허상 2: 모종이 아니고는 성장할 수 없는 비닐하우스

대형교회의 허상 3: 무성한 그늘아래 썩어가는 잔가지들

대형교회의 허상 4: 잔가지로 인해 뻗지 못하는 뿌리

 

소형교회의 딜레마 1: 없는 살림에 풀칠이나 하는가?

소형교회의 딜레마 2: 남은 건 애들과 노인뿐

소형교회의 딜레마 3: 헌신과 혹사의 갈림길

 

대안교회 1: 교회를 지역으로 돌려보내기

대안교회 2: 건물이 없어도 교회를 할 수 있는 방법

대안교회 3: 평신도를 지도자로

대안교회 4: 경량화 된 교회, 연합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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