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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묵상

씨고구마 순

Reg Teddy 2005. 8. 26. 09:11

내가 CCC에서 경험한 많은 사실 중에 내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두 번째는 바로 나의 순이다. 많은 고구마들 중에 못생긴 고구마가, 씨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게 한다는 이야기는 나의 기도편지의 앞을 항상 장식하고, 내 메일의 인사로 쓰여지는 문구이다. 씨 고구마의 이야기는 나의 평생에 내 순을 향한 비전의 화두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내가 씨 고구마 순이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CCC에 등록했을 때 나의 순장님은 장승익 순장님이었고, 우리 순의 이름은 한다면 한다 순이었다. 어떤 일이든지 맡겨지면 한다라는 자부심으로 할아버지 순장님이셨던 김상욱 순장님부터 이어져 내려온 순 이름이다. 아버지 순장님은 이런 순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한다순으로 압축해서 부르기도 했던 이 순은 항상 대표순장을 배출했다면서(그래 봤자 나까지 합쳐서 세 명이다-.-;;) 어떤 일이던지 불가능은 없다라는 강한 모습을 항상 강조 하셨었다.

 

그러나 EXPLO 99 여름수련회와 거지순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안에 새로운 순을 개척하고 싶은 강한 소망이 생겨났다. 생활 훈련을 하면서 한 순장님께서는 순 이름에는 그 순의 정신이 들어 있다고 강조하셨고, 순원은 반드시 그 순의 정신에 맞는 행동으로 순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었다(누구셨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 말씀을 통해서 나를 보았을 때, 나는 한다 라는 순의 이름을 가지고 살 자신도 없었고, 그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지금의 상황이라면 조금 달랐겠지만, 그땐 그랬다) 모두들 순의 뿌리를 가지고, 많은 가지를 가진 순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 가지 많은 나무가 배나무인지, 감나무인지 모른다면 그것또한 웃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만약 순장이 되어 순원을 키운다면, 배나무인 한다순이 감나무처럼 보이게 될 것 같았다.

 

나의 모습은 순종하기 보다는 반항하고 불평하는 모습이었다. 여호수아처럼 두렵지만, 담대하게 순종하기보다는 기드온 처럼 끊임없이 증거를 구하고, 도마처럼 못 믿겠다고 불평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끝없는 땅속에 묻으시고, 키우시길 바랬다. 하여 씨 고구마라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 고구마를 키울 때 정말 씨 고구마를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감자는 씨이지만, 고구마는 줄기니까.) 하지만, 어찌 되었건 각양각색으로 생기고, 땅속에서 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보여지길 원하고, 나서길 원하는 자가, 땅속에 갇히고 형체마저 없어질 때, 새로운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고구마의 모습은 제 각각이다. 감자의 경우는 크기가 다를 뿐 어느 정도 일정하게 동그스름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구마는 길쭉한 것부터, 작달만한 것, 주먹같이 생긴 것, 다리같이 생긴 것, 울퉁불퉁 한 것, 감자같이 생긴 것, 가늘은 것, 두꺼운 것 등 개성있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열매들이 처음부터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땅속에서 자라나고, 커질 때, 그리고 뿌리 뽑혀야만 열매를 보이는 것이다. 고구마가 씨가 되는 지는 모르지만, 씨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런 개성 있는 모습의 사람이 땅에 묻힐 때, 자신을 감추일 때 열매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과 똑 같은 열매를 맺지는 않는다. 각각의 개성을 갖춘 또 다른 열매를 맺는 것이다.

 

나의 순원들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한다.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잘났다고 하지만, 하나님 이라는 땅에 묻힐 때, 자신의 잘난 모습을 감추일 때 열매 맺는 그런 모습이 나의 비전인 것이다. 순 이름에는 순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순장님의 말씀을 통해 나에게 전해진 나의 지론이다. 민들레 순이면, 민들레 홑씨가 퍼지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 씨앗 순이면 캠퍼스의 씨앗이 되도록 살아야 한다. 빛 순이면 어느 곳에서나 빛을 비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한다 순이라면 절대로 순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좀 순이면, 끝까지 죽지않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씨 고구마 순 역시 가져야 할 정신이 있다.

 

1.              하나님이라는 땅에 잠길 것 - 모든 일의 중심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2.              땅 속이라는 공간에서 인내할 것 땅 속은 자신이 살아온 원점이다. 모든 것이 진취적으로 새롭게 되어질 것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근본을 생각해라.

3.              썩어지라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점을 모두 버리고,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하라

4.              다른 열매를 받아들여라 열매가 모두 순장과 똑같이 열리지는 않는다. 고구마는 서로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이다

 

씨 고구마 순이기 때문에, 이런 정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쩌면 다른 순 이름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른 순 이름이 생겨나고, 생겨나다 보면, 원래 씨 고구마라는 이름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것이 씨 고구마 순이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생겨난 서로 다른 이름의 순이 생명력을 가지고 또 다른 열매들을 맺는다면 그것은 그것 자체로 새로운 고구마일 테니까. 앞으로 나로부터 시작된 서로 다른 고구마들이 세계의 리더가 되어 각자의 다른 순을 만들어 나가길 기도한다.

 

덧붙임: 고구마는 또한 싹을 순이라고 부르는 식물이기도 하다. 콩에서 난 싹이나, 감자에서 난 싹이나 줄기를 콩순, 감자순 이라고는 부르지 않지만, 고구마는 고구마 순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순으로 나물을 해 먹기도 한다.


(200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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