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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묵상

작은그릇

Reg Teddy 2006. 1. 6. 03:26

   "그릇의 크고 작음으로 평한다면 그자는 소인이요. 사무라이 중에 가장 하잘 것 없는, 그야말로 말단 무사 졸병의 전형과도 같은 소인이야. 그러나 그 하잘 것 없는 그릇이 너무도 단단하고 너무도 또렷했어. 제 본분이라는 것을 철두철미 깨치고 있던 너무도 단단하고 아름다운 그릇을 지닌자였어. 나는 그 그릇을 부셔버릴 만한 용기가 없었어."                     

 

                                         -아사다 지로 <칼에 지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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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큰 그릇을 꿈꾼다. "뱀의 머리가 될지언정, 사자의 꼬리가 되지 말라."라는 말은 금언처럼 어머니의 기도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어진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소망은 보다 큰 그릇이 되어 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자신의 행동은 비굴하면서도 비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미워하는지도 모른다.

 

   보다 높은 위치를 점하기 위해 공부한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더 높아 질 수록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의 질이 상승할 것이다. 내가 믿는 하나님 조차도. 이런 생각들이 사람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할까?

 

   얼마전에 한 순장과 한참을 네이트 온에서 이야기 하며,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상황이 열리지 않는 주변의 사람들을 안타까워 하며,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을 보며, 보다 높은 곳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상은 무엇이며, 현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모님이 있다. 꿈은 꿈이기에, 그것을 현실로 인정 받을 수 없는 까닭이다.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연인이 있다. 나의 꿈이 그의, 혹은 그녀의 꿈이 되길 원하지만,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기에, 결국 평행선을 긋다가 헤어진다.

 

    나의 그릇에 무언가를 채우기 원하는 사람들의 욕심에 이런 관계들이 무너져 간다는 생각을 한다. 청년의 꿈은 꿈대로, 자신의 그릇을 보지 못하는 공상일 수도 있고, 부모는 부모대로 작은 그릇이 깨어질 새라 부어보려는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암송하는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담았으니, 이는 능력의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함이니라."  우리는 이 말씀을 가지고 더욱 아름다운 보배를 담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감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의 그릇이 작아도 넘치는 보배를 받을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이 우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도바울은 왜 우리를 질그릇으로 칭하였는가? 우리 자신의 그릇의 크고 작음이 중요하지 않고, 담기는 물건조차 우리를 존귀케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당장이라도 질그릇에서 보배를 빼면 질그릇은 하찮은 질그릇이다. 질그릇보다 보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배를 그릇에 담을 권한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주인에게 있다. 보배는 주인의 소유요, 주인을 나타내는 주인의 영광이다. 그릇에 보배가 담길 수도 있지만, 절대 보배가 아닌 것 역시 담길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주인의 맘 이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배를 질그릇에 담았으니,"가 아니라 "능력의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인 것이다.

 

   주인은 왜 보배를 질그릇에 담았을까? 그것은 질그릇이 크기 때문에나, 그릇이 좋아서가 아니다. 일단 그릇이 단단하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릇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것이 또한 그 그릇으로의 용도로 사용되어지는 것이다. 모양만 예쁘고 실용성이 없거나, 쉽게 깨어지는 그릇이라면 보배를 담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 구비되었기에 쓰임 받은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것이 구비되어도 그 그릇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이 주인에게 있기에 그릇은 쓰임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실을 바라보고 권유를 하는 부모님의 이상도, 꿈만을 쫓는 어떤 사람의 모습역시 그릇만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순장이 끝까지 했던 말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세요"였다. 참으로 지당하다. 그릇을 쓰는 사람은 하나님이시기에 그 뜻에 맞는 보배를 담게하시리라 생각한다. 

(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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