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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일상

사진

Reg Teddy 2006. 7. 19. 02:45
  요즘 사진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사진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 사진을 찍을때는 다른 사람들의 잘 찍은 사진을 보고 느끼고, 비슷한 사진을 찍으려 노력하고, 어떻게든 아름답게 찍으려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찍었던 기억이 있다. 기실 그런 노력은 어설픈 감성과, 더 어설픈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는 장비의 질을 떠나서 힘든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사진은 기술, 감성, 장비등은 별로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잘찍은 사진 한장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지만, 요즘은 못 찍은 사진 한장에도 잘 찍은 사진보다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흐르는 물처럼 살아서 움직이며 아스라히 멀어지는 바다와 같이 그 자체로도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멈추지 않는 속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그런 시간의 일부를 떼어 간직하고 싶어하고 그 간직한 부분을 추억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리고 그 추억을 실재화 시키려는 무수한 노력은 미술, 음악등의 예술로 승화되어 왔다. 그리고 사진 역시 그런 추억의 실재화된 편린인 것이다.

 

   그러나 떼어버린 조각은 생명을 잃는다. 연속을 모두 담을 수 없기에 흐름을 잃은 추억은 금새 싸늘히 굳어가는 것이다. 좀 더 생생한 조각이라면 잃어버린 흐름을 다시 잇는 다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진의 가식적임은 그런 흐름 속에 어색한 흐름을 만들고 추억을 책장속의 박제로 만들어 버린다.

 

   꾸며진 사진이란 댐과 같아서 흐르는 물을 막아버린다. 댐 뒤의 물은 아름답기 그지 없는 거대한 호수이지만, 댐 앞은 말라 무언가 부자연 스러운 모습을 만들어 버린다. 나는 아름다운 호수보다는 평범한 강줄기, 오랜세월 산을 깎아 결국 추억의 이름으로 미소짓는 협곡을 만들고 싶다. 심심한 가슴에 깊게 박혀있는 추억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생생한 모습의 사람을 사진 속에 담아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 이렇게 담은 추억은 해묵은 CD를 정리하면서, 앨범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띌 수 있는 미소로 보상 받겠지.

(2006.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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