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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일상

썩은순대

Reg Teddy 2002. 7. 25. 05:15
우리들은 홀리했었다... 여름수련회라는 눈감고 졸아도 은혜가 쏟아진다는 전설의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모두들 홀리해진 마음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들은 집으로 출발하려고 남춘천행 택시에 몸을 실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대략 40분 정도 남은 기차시간.... 우리는 허기졌기에 남은 시간에 적당한 요기를 하고자 두리번,두리번 쓸만한 식당을 찾았다....

1년이 넘게 오지 못한 사이 춘천은 많이 변해 있어서 남춘천역 앞에도 꽤 많은 식당들이 들어서 있었고... 우리의 근지양의 눈에 드디어 보기에도 심플하고 깔끔해 보이는 색다른 분식집의 이름이 눈에 들어오게 되니.... 이름하야....

'준형이네 분식'

오..... 역시 우리는 그곳으로 향하고 말았다.... 간판이 깔끔하고 내부도 단정한 편이라 개업한지 얼마 안됨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이상적인 분식 인원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떡볶이와 순대와 튀김과 오뎅을 시켰다. 버트... 튀김과 오뎅은 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 하지만 우리는 다른 메뉴... 김밥과 순대와 떡볶이를 시켰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후....

제 1메뉴 김밥이 나왔다...

한눈에 봐도 굳어져 버린 쌀알이 분연히 흩어지며 "나 오래됐어요" 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그 쌀알들 사이로 우리를 비웃듯, 오이와 계란, 당근, 단무지들이 듬성듬성 박혀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김밥을 먹은 우리.... 표정이 조금씩 굳어져 갔다....

뒤를 이어 제 2메뉴 떡볶이와 우리의 입맛을 돋구기 위한 오이 냉국이 나왔다....

떡볶이는 양호한 편이었다.... 군데군데 오래되어서 딱딱하게 굳어진 떡이 있고, 오뎅을 하도 끓여서 시커멓게 변색이 되어버린 것이 그래도 사람의 입에 들어갈 만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오이냉국에서 우리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쉰맛.... 도저히 한번 입에 넣으면 목 뒤로 넘길 수 없는 그맛..... 으.... 우리는 서서히 이 가게의 수준에 대해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타인 제 3메뉴.... 썩은 순대가 나왔다...

이미 접시에 담겨 있을때 부터 30%이상이 터져있고, 순대국집이 밀집되어있는 추레한 골목에서나 풍겨나올 이상한 돼지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다... 껍데기는 이미 누렇게 변색되어서 도저히 젓가락이 가지않는.....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싶었으나... 아줌마의 천연덕 스러운 표정에 기가 질려.... 한입을 먹고야 말았다...

그리고...........폭발했다.....

이어지는 우리의 불같은 항의에 아주머니는 뻔뻔하시게도... 오이냉국은 우리집 식초가 특이한 식초라서 그런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 놓고... 떡볶이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지만... 역시 순대에서는 할 말이 없었는지.... 패배를 인정하셨다....

우리는 황급히 가격을 치르고 나쁜 기분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청량리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어쩌면 이것은 우리에게 은혜를 주신 주님의 첫번째 시험이 아니었나 했다.... 아.... 그 아주머니에게 예수의 복음을 전했어야 하는데.... 아쉽지만 다음 휴가로 그 기회를 넘겨야 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불의에대한 분노를 나타내는 것 보다는 영혼을 사랑하는 것을 원하시니까.....

그래서... 전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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