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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묵상

만원

Reg Teddy 2003. 7. 23. 14:25
초등학교 3학년때 그러니까 이사를 오고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때, 안방에 들어갔다가 만원짜리 한장이 침대언저리에 끼어 있는것을 보았다. 정리하다가 그랬는지, 아니면 주머니에서 흘린건지, 치킨값을 지불하려고 올려놨다 까먹은건지 모르지만, 암튼 만원이 한장 있었다.

어린맘에 떨리는 맘으로 그걸 잡아들고, 밖으로 무언가를 사먹으러 갔었다. 그당시 만원의 위력이란... 문방구에서 사고 싶은것도 맘껏 사고, 뽑기(100원 넣고 돌리면 동그란 구슬안에 장난감이 들어있는것)도 계속 뽑고, 먹고싶은 과자도 맘껏 사먹고, 만화책도 사고, 친구들한테도 선심쓰고 실~컷~ 놀고도 반도 못써서 어딘가에다가 숨겨놨던 기억이 난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힘을 아껴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

지금에 와서는 만원짜리 한장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도통 할게 없으니 큰일이다. 먹고싶은거 먹을라면 싼거 밖에 못먹고, 가지고 놀 장난감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고싶은 책을 살 수 있는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려고 해도 혼자 봐야 하고, 참 애매한 애물 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전에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었던 능력이 지금에 와서는 허무하게도 세상의 일부도 소유할 수 없는 그저 그런 능력이 되고 말았다. 문득,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절대적인 힘을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더이상 절대적인 권위로 다른 곳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기에... 아무리 하늘로 쌓아올려도 하늘에 닿을 수 없는 바벨탑 같다고나 할까. 절대 적인 권위란, 절대적인 힘이란, 내가 손댈 수 없는 존재일때 그 절대성이 발휘되는 주님의 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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